Stor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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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소품] 특별한 날 (카게스가)

하이큐
소품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7-06-13 15:23
조회
377
*급하게 써서 개연성이 많이 부족할 수도 있는 글입니다;ㅅ;



[소품] 특별한 날.
written by 휘엔

생일이란 무엇일까.

생일. 특별한 날. 세간에는 그렇게 인식되어 있는 날.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리고 그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날.

15세 카라스노 고교 1학년 배구부의 세터인 카게야마 토비오는 저 앞에서 먼저 걸어가고 있는 이의 회색 머리칼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오늘은 그가 존경하는 카라스노 배구부의 선배이자 또 한 명의 세터인 스가와라 코우시의 생일이었다.

다가오는 선배의 생일을 1학년들에게 알려주며 신나서 준비를 한 것은 2학년의 니시노야와 타나카로, 그들은 6월의 첫 부 활동이 끝나고 1학년들을 불러모았다. 3학년들 없이 오로지 1, 2학년만 모인 은밀한 회담의 주제는 다름 아닌 스가와라 코우시의 생일이었다. 존경하는 선배의 고교생으로서의 마지막 생일이 다가오는데 후배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지! 라고 니시노야와 타나카는 눈물을 머금으며 외쳤고, 그 옆에서 드물게 엔노시타도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1학년들도 그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세심하게 미숙한 자신들을 챙겨주고 이끌어준 선배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날이니 뭐라도 하고 싶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시끄러운 모임을 저 멀리서 인상 쓰며 한심하다는 듯 지켜보았을 츠키시마까지도 아무런 딴지를 걸지 않은 채 조용히 니시노야와 타나카의 스가와라선배 찬양을 듣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래서! 뭘 해야 하지?”

호기롭게 외쳤지만,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가난한 고교생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참을 이것저것 말이 나왔지만, 결국 긴 토론 끝의 결론은 조금씩 돈을 모아 스가와라의 단골 중국집의 마파두부 매운맛 MAX 식권과 작은 새우 열쇠고리, 케이크를 사서 부활 전에 작은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는 것이었다.

얼추 계획이 잡히자 그 뒤로는 순조로웠다. 스가와라를 제외한 3학년들에게 계획을 알리자, 그들은 후배들이 자신의 친우를 위해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감격하며 기꺼이 협조를 승낙했다. 사와무라가 우카이 코치와 타케다 선생에게 허락을 받았고 작전 수행은 스가와라의 생일날, 부 활동 뒤에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D-DAY. 부 활동 전의 부실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동시에 붕 떠 있는 부원들의 분위기를 스가와라는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1, 2학년은 그렇다 쳐도 3학년들까지 살짝 분위기를 타고 있어 그것을 느낀 우카이가 스가와라 몰래 눈치를 줘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제야 부원들이 연습에 집중했고 그렇게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고하셨슴다-!"

오늘따라 더디게 지나갔던 부 활동이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이 다가오자, 연습의 끝을 알리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우렁찼다.

"아, 스가!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
"뭔데, 다이치?"
"여기선 좀 그렇고..."

그리고 사전에 준비한 계획대로 자연스럽게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불러 체육관 한구석으로 데려감과 동시에 남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언제나 시끄러움의 대명사인 그들이었지만, 마치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닌자처럼 잽싸고 조용한 움직임으로 물 흐르듯 준비를 마쳤고 그와 동시에 체육관의 불이 꺼졌다.

"엣? 뭐야? 정전??"
"해피 버쓰데이 투 유~"
"?!"

당황하는 스가와라와 목소리 위에 부원들의 노랫소리가 겹쳐졌고 스가와라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그의 시선이 타나카가 들고 있는 케이크와 그 위의 촛불에 고정되었다.

"해피 버쓰데이 디어 스가와라 씨~해피 버쓰데이 투 유~"
"생일 축하드려요, 스가와라 선배!"
"생일 축하해, 스가!"

노래가 끝난 뒤,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리본이 날아다녔고 여기저기서 스가와라를 향해 축하의 말이 던져졌다. 그리고 이 상황이 아직도 파악이 안 되는지 그대로 굳은 채 서서 멍하니 케이크만 바라보던 스가와라의 올리브색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다가 이내 물기가 차오르고 일렁이기 시작했다.

"스, 스가 씨!?"
"스가!?"
"어? 얼래? 왜 이러지?"

순간 흘러나온 눈물을 그 자신도 예상치 못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흐르는 눈물을 양손으로 거칠게 비비는 스가와라의 모습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원들의 얼굴이 근심과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괜한 일을 한 건가.

"미안해. 예상치 못했던 거라 너무 놀라서."

그러나 그들의 걱정과 굳어진 표정은 이내 이어진 스가와라의 말에 단박에 사라졌다.

"고마워. 모두. 정말로, 너무 기뻐."

활짝, 어느 누군가가 상쾌하다고 말한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스가와라가 웃자 그제야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풀렸다. 동시에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촛농 떨어진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스가와라는 힘차게 촛불을 껐다. 곧바로 이어진 선물 증정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고 선물을 본 스가와라는 폭소를 터뜨리며 식권을 소중히 지갑에 넣고 새우 열쇠고리를 가방에 걸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 사이좋게 케이크를 나눠 먹고, 감히 스가와라에게 생크림을 묻히는 장난을 시도하려고 한 타나카와 니시노야에게 스가와라 선배님의 살벌한 응징이 가해진 뒤, 다 함께 몰려간 사카노시타 상점에서 우카이가 특별히 쏜 고기만두로 서프라이즈 파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주인공인 스가와라는 물론, 부원들 전체가 만족한 서프라이즈였다. 그렇기에 카게야마는 왜 자신이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일 뵙겠습니닷!"
"응. 오늘 고마웠고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

든든히 배를 채운 부원들이 하나둘씩 귀가를 위해 떠나갔고, 방향이 같아 스가와라와 항상 같이  던 사와무라는 집에 가기 전에 볼일이 있다며 반대방향으로 가, 드물게 남은 건 카게야마와 스가와라였다.

"카게야마, 집 이쪽이었나?"
"...네."
"헤에- 왜 몰랐지?"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카게야마의 집은 정 반대쪽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카게야마는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왠지 이대로 가고싶지 않아서였다. 익숙한 동네가 아니다보니 당연히 이쪽 지리를 알 리가 없기에, 카게야마는 혼자 납득하고 앞서 걷기 시작한 스가와라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묘하게 둘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원래부터 붙임성이 좋다고 하긴 힘든 카게야마이기에 그가 먼저 말을 꺼내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스가와라와 카게야마는 배구나 공부 이외의 주제에 관해서는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스가와라는 말없이 자신의 옆에서, 하지만 살짝 뒤처져 따라오는 후배를 곁눈질로 보았다. 배구 이외의 일로 표정변화가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무표정하게 다물려 있는 입매와 날카로운 눈매가 왠지 기분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 오늘 혹시 많이 불편했어?"
"네?"
"아니, 좀 지쳐 보여서."
"아뇨. 즐거웠습니다."

괜히 내키지 않았는데 니시노야나 타나카 때문에 떠밀려서 서프라이즈 준비에 협력한 건가 생각해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건 왜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차라리 힘들거나 재미가 없었다면 대답을 하지 않을지언정, 빈말은 하지 않을 카게야마라는 것을 알기에 스가와라는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던 걱정과 미안함을 애써 지웠다.

스가와라가 왠지 어색한 분위기를 주체하고 있지 못할 때, 카게야마는 자기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었다. 기분 나쁜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였고 부 활동도 열심히 잘 했으며, 마지막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한 서프라이즈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행복해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왜 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걸까. 자신은 기분변화가 들쭉날쭉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던 걸까.

자신보다 살짝 앞에서 걷고 있는 스가와라의 머리칼이 잔잔히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팔랑팔랑 흔들렸다. 멍하니 그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긴 카게야마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시선이 머리칼 밑으로 뻗어있는 하얀 목덜미로 내려갔다가 조금 땀에 젖어있는 하복 셔츠 소매로 나와 있는 새하얀 팔을 눈에 담은 뒤, 옆으로 매고 있는 가방에 매달려있는 새우 열쇠고리에서 멈추었다.

"...아."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두와 돈을 모아 산 선물. 별것 아닌 물건이었지만 스가와라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정말로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던 카게야마였지만, 동시에 저 밑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오는 것을 느꼈었다. 그때는 곧바로 2학년들이 케이크 크림과 함께 스가와라를 기습했다가 실패한 난장판이 바로 벌어졌기에 바로 잊혀진 감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짜증이었다. 그리고 그 짜증의 이유를 방금 깨달았다. 질투였다. 오로지 카게야마 자신이 스가와라를 위해 산 선물이 달려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모두가 산 새우 열쇠고리가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준비한 것이 없기에 엉뚱한 화풀이라는 것은 아무리 카게야마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늦어지겠지만, 자신을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소중한 선배에게 무언가 필요한 거나 가지고 싶으신 게 있냐고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다.

"스가와라 씨."
"응?"

결심하자마자 바로 스가와라를 불러세웠고,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카게야마를 향해 몸을 돌렸다. 언제나 부 활동에서, 그리고 가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보는 미소인데 오늘따라 그 모습이 카게야마에겐 더 예쁘게 보였다. 뒷말을 기다리고 있는 스가와라를 마주 보며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좋아합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생각지도 못한 문장이었다. 분명히 저 말을 내뱉는 입은 자신의 입이고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인데, 그 내용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마치 이성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온 듯한 말에, 카게야마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에?"

반대편에서 미소 그대로 얼어버린 채, 눈을 크게 뜬 스가와라의 눈동자도 카게야마의 당황한 마음과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혼돈과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카게야마는 분명 좋아하시는 걸 알려주세요. 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스가와라는 스가와라 나름대로 무슨 장난이지? 무언가의 벌칙게임이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생각이 서로의 머릿속을 헤집었고, 동시에 자신의 입이 멋대로 저지른 일에 당황으로 굳어졌던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예전에 몰랐던 수학 문제를 스가와라의 도움으로 풀었을 때 봤던 카게야마의 모습에 스가와라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스가와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게야마의 입이 움직였다.

“좋아합니다, 스가와라 씨.”

일부러 소리 내어 다시 한번 말하자,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들이 풀리고 마구 섞인 감정이 제자리를 찾아가 정리되었다. 마치 서브 전의 잡생각을 지우고 코트 반대편만을 보고 있을 때의 짧지만 기분 좋은 고요와 닮아있는 느낌에,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고 곤두박질쳤던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당혹감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할 생각이 아니었다. 사실, 말하고야 자각했다. 부 활동에서 신경 쓰였던 것도,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시야에 그를 담았던 것도, 그의 고교 마지막 생일이자 그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그를 위해 아무런 준비를 못 해 안절부절못했던 것도, 다 눈앞의 사람이 좋아서 그랬다는 걸, 카게야마는 그 감정을 입 밖으로 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카게야마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선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쩔 줄 몰라하며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어 스가와라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카게야마의 고백에 그의 얼굴과 귓가는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장난기 많고 웃는 모습에 익숙해진 터라 이런 스가와라의 모습이 카게야마는 낯설었다.

이런 얼굴도 하는구나. 고백을 받으면 어른스럽게 조용히 웃어넘길 것만 같았는데.

장난기 넘치는 모습에도 어딘가 어른스러움이 배어있어 언제나 조금 어려웠던 스가와라였는데,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카게야마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역시 이 사람도 아직은 자신과 같은 고등학생이 맞다는 사실이 왠지 기뻤다.

"카, 카게야마?"
"네."
"...방금 그거..."
“네.”
“그...에...그러니까 농담이라거나 벌칙게임이라거나...”
“아닌데요.”
“...역시 그렇지...?”

네가 장난으로 이런...말을 할 애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조금, 갑작스러워서. 미안해.

더듬더듬. 애써 문장을 이어가며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는 스가와라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카게야마 자신도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온 말이니만큼 그에게 당장 답을 원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솔직히 눈앞의 이 사람과 어떤 사이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자각한 시점에서 더 많은 걸 원할 거라는 사실 정도는, 이런 감정에 익숙지 않은 카게야마라도 알고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조금만 더 정리된 기분으로, 지금보다 더 준비된 상황에서 그에게 고백했다면 그를 덜 곤란하게 만들었을까.

“스가와라 씨. 대답을 바라고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

카게야마의 말을 들은 스가와라가 침묵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스가와라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불쾌하게 만들어버린 건가? 귀여운 여자아이도 아니고, 시꺼먼 남자 후배가 갑자기 고백해와서 기분이 나빠진 것일 수도 있다. 그 생각이 들자, 카게야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스가와라는 상냥하니까.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말을 고르는 중일 수도 있다.

“부담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렇기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다른 날도 아닌 그의 생일에, 의도치 않게 부담을 주게 된 자신의 미숙함을 원망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에게도 카게야마 자신에게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그러나 그런 카게야마를 스가와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멈춰 세웠다.

“카게야마.”
“네.”
“그...”

불러놓고도 선뜻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지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가득했다. 하지만 붉어진 얼굴로 말을 고르는 스가와라의 모습에서 다행히 자신을 싫어한다거나 경멸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만약에, 내가,”

그렇기에 천천히 움직이는 스가와라의 입술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나도, 카게야마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눈앞의 붉어진 얼굴과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의 움직임이, 그리고 흘러나온 목소리가 마치 슬로 모션처럼 느리게 다가왔다. 잘못 들었나. 꿈인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카게야마가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했다.

“...에?”
"나도 좋아해."
“...네?”
"나도 너, 좋아한다고!"

너 일부러 그러는 거야? 세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말라고!

분하다는 듯, 주먹으로 가볍게 카게야마를 치고 스가와라가 돌아섰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사이로 보이는 귓가가 붉은 것이, 꼭 새빨간 새우 열쇠고리의 등 색깔과 똑같아 카게야마가 작게 웃었다.

“스가와라 씨.”
“...왜.”
"키스해도 됩니까?"

그리고 이어진 카게야마의 질문에, 뒤돌아있던 스가와라가 머리카락이 붕 뜰 정도로 몸을 세게 돌려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너, 너, 이런 성격이었어? 마치 배신감을 느낀 듯한 어조로 물어오는 스가와라의 얼굴이 귀와 마찬가지로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하염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와 함께 꼭 폭발할 것만 같은 그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안됩니까?”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묻자, 짧은 침묵 뒤 스가와라가 성큼 다가와 발꿈치를 들고 카게야마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럴때 그런 건 묻는 게 아니야, 바보 후배님.”
“넵.”

허락을 받은 카게야마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다가가자 언제나 예쁘다고 생각했던 올리브 빛의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눈꺼풀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처음으로 맞닿은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가볍게 닿고, 또 닿았다. 떨어지기 싫은 충동을 애써 누르고 입술을 떼자 눈을 꼬옥 감고 있는 스가와라가 보여, 그대로 그 몸을 당겨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스가와라의 심장박동과 카게야마의 심장박동이 섞여 들어갔다. 더운 여름이지만 그 높은 체온이 기분 좋았다.

“생일 축하드려요, 스가와라 씨.”
“응.”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부드러운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에 살짝 얼굴을 부비며 카게야마가 말하자, 스가와라가 천천히 카게야마의 팔을 풀어내고, 대신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나도, 잘 부탁해.”

꼬옥,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 활짝 웃는 그 모습이 마치 여름 같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여름 소년과 여름 소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하루가,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관계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June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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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입덕하고 처음으로 맞는 스가 생일입니다!!
현생 때문에 축하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하게 되어서 그래도 기쁘네요ㅠ///ㅠ
시간이 없어 다른 글보다도 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축하하는 데 의의를 두겠습니다^_ㅠ스가 쨩! 태어나줘서 고맙고 이 세상에 존재해줘서 고마워.
다신 최애도 안 생기고 입덕도 안 할 줄 알았는데 스가 덕분에 무기력했던 하루하루에 빛이 돌아와 줬어.
진짜로 너무나 내가 애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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