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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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중편] 주고받기 Prologue (아카스가)

하이큐
중편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7-12-30 15:45
조회
649
[중편] 주고받기 Prologue
written by 휘엔

 

“켁. 쿨럭.”

또 마른기침이 시작됐다. 떨리는 손으로 옆 탁자에 놓아두었던 물통을 집어 들었다. 쉴 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에 겨우겨우 물을 입에 머금었지만, 그 틈을 못 참은 기침이 그대로 물을 토해냈다. 한참을 기침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땐, 얼굴과 이불은 물과 침으로 범벅이었다. 물만 마셨는데도 체력이 바닥을 쳤다. 이게 바로 풀 세트를 뛸 때의 느낌일까.

겨우 이 정도에 풀세트는 무슨.

풀세트를 뛴 적도 없는 주제에. 제 생각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느리게 눈을 깜빡이자 노을에 물들여있는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금 몇 시지? 탁자에 놓인 휴대폰을 눌렀지만, 전원이 나갔는지 화면은 새까맸다. 탁자를 더듬어 충전기를 찾았지만 어제 거실에서 충전 뒤 까먹고 그대로 놓았던 게 기억나 허탈한 기분으로 뻗었던 팔을 거두었다. 딱히 시간을 알아봤자 뭐 달라질 것도 없기에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 잠시 뒤 밖에서 5시 차임벨(일본의 저녁에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 시간과 곡은 지역에 따라 다름.)이 들려왔다. 조용했던 주택가에 울려 퍼지는 「귀향」(드보르작 교향곡 4악장)이 끝나고 이어 어린이들의 귀가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꺄르르 웃는 동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가~”
“이따 라인 할게!”
“내일 또 놀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는 듯 한참을 이어지던 인사가 사라지자 다시 주택가는 적막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방에도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맑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방 안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방을 눈을 굴려 훑어보다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머리가 무거웠다. 아무래도 아직 열이 떨어지지 않은 듯싶었다.

힘이 없어 비틀거리며 거실로 나가자 쌓여있는 편의점 도시락 용기와 맥주캔들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몸이 나른해 요리하기도 귀찮아 대충 때운 결과물이었다.

“...돌아오면 혼나겠네...”

무표정한 얼굴로 화낼 누군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을 꺼내 마시고 귀찮음의 결과물들을 주섬주섬 치웠다.

약을 먹으려면 뭘 좀 먹어야 할 텐데. 머리로는 아는데 고작 이거 움직였다고 몸이 다시 무거워져 식탁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엎드리자 닿은 볼로 식탁 유리의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눈만 떠 거실을 바라보자 어두운 거실과 하나둘씩 켜지는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아파서 끙끙대고 있는 상황은 그다지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기분들은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랬던 게 언제였더라. 아직 혼자 살고 있을 때였지. 고교 졸업 후 대학을 위해 도쿄로 와서 자취를 시작했을 때에도 혼자가 아니었기에, 혼자 앓았던 건 의외로 도쿄 상경 4년 차가 처음이었다. 그 뒤로 1년을 혼자 지냈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던 고교 때까지는 잔병치레 하나 없는 건강한 소년이었는데, 도쿄로 온 뒤로 세상사에 찌들어서 그런지, 계절이 변할 때마다 앓아눕는 약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다만 그때는 다이치가 있어 줬기에, 그리고 딱 한 번, 다이치가 없었을 때도 그가 함께 있어 줬기에 아파도 외롭진 않았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이치와의 룸쉐어를 마치고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 그제야 혼자 아픈 것에 대한 서러움을 깨달았으니까.

조그만 방구석에 누워서 혼자 앓았던 날들은 그다지 먼 과거가 아닌데도, 그 시절이 멀게 느껴지는 건 이 1년 반 동안 곁에 있어 준 그의 존재 덕분이었다.

“...아...충전 해야 하는데...”

분명 연락이 안 되서 걱정하고 있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공과 사를 확실히 하는 성격이니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출장지에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보고싶다...”

딱 5분만 눈 감고 있다가 연락해야지.

유리의 시원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March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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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천천히 혼자 끄적이고 있었던 아카스가 답답삽질물, 용기를 내어서 시작합니다.

이거 앜슥맞아? 라고 느끼실 정도로 답답하고 삽질할 예정이지만 함께 해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연재는 처음이고 원래 쓰는 페이스가 느린지라 느리게 진행될 것 같지만, 슈가러쉬 발간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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