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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소품] 기묘한 이야기 - 봄날의 꿈 (오이스가)

하이큐
소품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7-04-15 15:47
조회
493
오이스가 전력 52회차.
[벚꽃]


[소품] 기묘한 이야기 - 봄날의 꿈.
written by 휘엔

1. 새집.

오이카와 토오루. 28세.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현직 배구선수. 특이사항으로는 최근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는 점이었다. 예전 집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같은 집에서 4년 동안 살다 보니 조금 질리기도 했고, 요즘 일도 잘 풀리지 않는 느낌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결정한 이사였다. 새로 이사한 집은 위치도 전 집보다 좋았고 방 구조나 넓이도 예전 집에 비해 좋았다. 하지만 오이카와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맨션 바로 뒤에 있는 오래된 벚나무였다.

“헤에~엄청나다더니 진짜네.”

몇 년 전에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신축을 했다던 이 맨션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쿄에서 보기 드물게 건물 뒤쪽으로 조그만 공간이 있었다. 옆으로 쭉 퍼져있는 복도형 2층 목조건물이었던 맨션을 위로 올리면서 남은 공간을 조그만 도심 속 공원으로 만든거라 했다. 방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이득이었을 텐데,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건물주 부부는 사실 텃밭을 가꾸고 싶었다며 빈 땅 일부분을 자신들의 텃밭으로 만든 뒤, 나머지 면적을 입주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건물주 부부가 목조건물을 짓기 전부터 있었다는 벚나무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언제부터 서 있던 건지 모를 역사 깊은 벚나무이자, 맨션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상징적 존재를 베어버릴 수는 없었겠지. 사실 이 집으로 할지 다른 집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던 오이카와였지만, 봄이 되면 엄청난 꽃을 피운답니다! 라고 열변을 토하며 어필하던 부동산 사람의 말에 결정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화려한 언변에 홀랑 넘어간 건가?라고 조금은 후회했지만, 이사 후 두 달 뒤에 맞는 새집에서의 첫 벚꽃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기에, 운명이었던 거야. 라고 혼자 만족하고 있던 오이카와였다. 훈련 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베란다에 나가 살랑이는 벚꽃을 내려다보며 맥주 한 캔을 따는 것이, 열심히 산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는 봄 한정의 특별한 의식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기묘한 일이 시작되었다.

-얼래...?

나 자고있지 않았던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벚나무 앞에 서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파자마 차림에 맨발이었다. 파자마는 둘째치고 맨발이면 흙바닥이라 발이 아파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느껴지는 아픔은 없었다. 나 내가 모르는 몽유병이라도 있었나? 이게 첫 번째가 아니라면 어쩌지? 라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던 오이카와를 깨운 것은,

- 안녕?

위쪽에서 들려온 짧은 인사말이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오이카와가 당황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올리자,

- 으엑?

흰 인형(人形)이 눈에 들어왔다. 역사가 깊은 나무이기에 길가의 다른 벚나무에 비해 굵고 튼튼해 보이는 몸통과 가지를 가진 벚나무였지만, 여전히 사람이 앉아있기엔 얇아 보이는 가지였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어린아이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위를 올려다봤지만, 가지에 걸터앉아 오이카와를 내려다보는 이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정체불명의 사람은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오이카와와 마찬가지로 신발은 신지 않은 채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추는 꽃들과 함께, 하얀 발이 공중에서 살랑거렸다. 밝지 않은 달빛 아래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 움직임을 넋 놓은 채 보다가 멍하니 발끝부터 시선을 올리자 눈이 마주쳤다.

-...어?

익숙한 얼굴이었다. 남자 치고 하얀 피부와 조금 제멋대로 뻗친 머리카락, 그리고 눈 옆의 작은 눈물점까지도.

-...스가, 쨩...?

하지만 달랐다. 오이카와가 아는 스가 쨩은 벚꽃잎을 닮은 옅은 분홍 머리카락을 하고 있지도, 짙은 다홍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머리와 눈동자 색만 다를 뿐, 그 이외의 모든 것이 똑같았기에, 스가 쨩, 설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헤어진 쌍둥이 형제라도 있다던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까지 하게 된 오이카와였다.

머릿속에서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런 오이카와를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 넌,

누구야?


2. 의문.

“바보카와, 아침이다. 멍청카와, 일어나. 쿠소카와,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

귓가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깨어났다.

아, 진짜 이 알람은 매일 듣는데도 언제나 무섭다니까.

하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알람용으로 쓸 거니까 있는 힘껏 말해달라고 이와이즈미 앞에 녹음기를 가져다 댔다가 맞을 뻔했던 때를 떠올리며 오이카와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역시 꿈이었잖아.”

말을 걸어보려고 한 사이에 깨어버렸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기묘한 꿈이었다. 생생하게 느껴졌던 흰 발목과 다홍색 눈동자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고개를 붕붕 저어 잡념을 털어낸 오이카와가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왜 하필 스가 쨩이지.

고등학교 때부터 배구로 시작된, 그리고 그 뒤로 취직 뒤 다시 이어진 인연. 빽빽한 출근 지옥철에 올라타며 생각해봤다.

왜긴 왜겠어. 무의식의 반영이지.

그리고 그 의문에 자문자답한 오이카와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전철에서 내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이카와. 좋은 아침!”
“조, 좋은 아침. 스가 쨩.”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 내내 생각하고 있던 상대를 만난 타격은 컸다.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오이카와의 모습이 이상한지, 상대가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어, 오이카와?”
“무, 무슨 일은. 조금 딴생각하고 있다가 놀라서 그래.”
“흐응~ 오이카와 씨. 아침부터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이렇게 놀라시나~”

놀리듯 씨익 웃으며 말해오는 상대에, 꺄아~스가 쨩이야말로 아침부터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하며 장난스럽게 맞받아치자, 역시 이래야 오이카와지. 라고 말한 상대가 오이카와의 등을 툭 치고 앞장서나갔다.

출근 뒤 업무를 시작하는데 파티션 너머로 살짝살짝 보이는 머리통은 여전히 옅은 회색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빤히 쳐다본 시선을 느꼈는지 그의 시선이 오이카와에게로 향했다. 뭐 할말있어? 어지간히도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짙은 올리브색의 눈동자가 짜증을 담고 있었다. 아니아니. 없습니다. 없어요. 잘게 고개를 흔들어 아무것도 아님을 어필하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도대체 왜 그런 꿈을 꾼 거야?! 설마 맛키가 보내줬던 전설의 레전드 스레? 그거 때문인가?!

얼마 전, 선인장에 들어있는 령과 교감하는 내용의 오컬트 스레를 발견했다며 하나마키가 정리 링크를 보내줬다. 이런 스레는 흥미가 없어서 잘 안 보는데 레전드라니까!! 라며 흥분하는 하나마키의 말에 퇴근 지하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읽어봤다가 의의로 감동해서 눈물을 찔끔하게 했던 내용이었다.

나 뭐야. 고작 오컬트 이야기 봤다고 저런 꿈까지 꾸는 거야? 오이카와 씨, 드디어 미친 거야??

“오이카와 씨, 시끄러워.”
“오이카와. 내 모니터도 같이 흔들리니까 그만해줄래?”
“오이카와 군. 그 탁탁거리는 거 신경 쓰여.”
“…죄송합니다…”

책상에 머리를 쾅쾅 박고 자기도 모르게 볼펜으로 데스크를 두드리던 오이카와가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멋지게 한소리를 들었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들을 애써 무시하며 겨우겨우 업무를 마친 오이카와는 한잔 하러 가자는 동료의 말을 거절한 뒤 귀가했다.

대충 저녁을 때운 뒤 맥주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자, 오늘도 여전히 벚나무는 달 밑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낸 채 살랑거리고 있었다. 물론 나무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진짜. 미치겠네.”

무의식적으로 꿈속의 사람을 찾는 자신을 발견한 오이카와가 제 머리를 거칠게 흩뜨려놓은 뒤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설마 오늘도 나올까.

유령 같은 건 딱 질색인데, 왠지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저 자신을 비웃은 뒤,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 오늘도 왔네?

그리고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이카와에게서 기막히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 하아...진짜냐, 이거...

그런 오이카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가 폴짝, 앉아있던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다.

- 으엑. 위험하잖아!
- 나는 괜찮아.

꽤나 높이가 있었음에도 히어로 물에서나 볼 법한 중력을 무시한 가벼운 착지에, 역시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넌 뭐야?
- 글쎄.
- 귀신? 아님 벚꽃의 정령, 뭐 이런 거야?
- 글쎄.
- 왜 스가 쨩의 모습을 하고 있어?
- 저기요, 오이카와 씨. 제 탓인 것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요? 난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자신의 질문에 답하며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오이카와가 뒷걸음을 쳤다. 몇 걸음 가지도 못했는데 등에 나무의 거친 감촉이 느껴졌다. 나무에 막혀 더 이상 도망가지도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 오이카와의 앞으로 그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홍색의 눈동자가 오이카와의 갈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코끝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상대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눈동자를 돌렸지만 이렇게 가까운데 피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눈을 감아버리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상대가 푸하하 웃으며 오이카와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맑게 울리는 목소리에 오이카와가 눈을 뜨고 입을 삐죽거렸다.

- 뭐가 목적이야? 나 놀려먹으려고 나타난 거야? 설마 내 혼을 빼앗아간다든지.
-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요즘 매일 나를 보고 있으니까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것 뿐.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이 왠지 쓸쓸해 보여서 오이카와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끝이 그의 얼굴에 닿기 전에,

“…소카와,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

제길. 이와 쨩 조금만 기다려주지.

처음으로 이와 쨩 알람이 원망스러워졌다.


3. 외박.

“여어-오이카와. 요즘 꼴이 왜 그래?”
“내 꼴이 뭐 어떤데.”
“그 뭐랄까, 언제나 「내가 바로 오이카와 씨야!」하고 자의식 넘쳐나는 오오라가 없어.”
“...스가 쨩 안의 나는 그런 이미지였어?”
“응.”

가차 없이 대답하는 상대의 말에 대꾸할 말을 잊은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그가 털썩 앉았다. 흡연실에 다녀왔는지 희미하게 담배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스가 쨩. 금연하고 있지 않았어?”

오이카와의 말에 이 휴게실 자판기에만 있는 커피 캔을 따던 손동작이 잠시 멈추었다.

“그냥 한대만 빨리 피고 나왔는데 역시 냄새나?”

옷에 뱄나. 자신의 소매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 그의 모습에 오이카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또 그 녀석이야?”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한 오이카와가 속닥이는 물음에 그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곤란하다는 웃음이었다.

“뭐, 그렇지.”

그에게는 2년 반을 사귄 남자 연인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작년 어느 날,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던 그를 발견했을 때였다. 오이카와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 끝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커플이 있었다. 행복하다는 오오라를 내뿜고 있는 두 남녀의 애정행각을 바라보다가, 남자가 잠시 여자를 벤치에 앉혀놓고 일어났다. 그리고 여자에게 고정될 줄 알았던 시선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바람 피는 애인의 상대를 보고 있다기보단 슬픔에 가득 차 있어서 잠시 혼란스러워진 머릿속을 정리하던 오이카와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인 오이카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고 깨달은 그 순간, 그의 큰 눈동자가 일렁인 뒤 오이카와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가 겨우 팔을 붙잡아 몸을 자신 쪽으로 돌리자, 눈가를 벌겋게 물들인 채 입술을 깨문 그의 모습이 오이카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달리면서 얼마나 세게 깨문 건지 피까지 맺힌 입술을 소매로 살살 닦아주자, 끝내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얼마나 서러웠던 건지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 그를 품에 안아 달래봤지만, 좀체 멎지 않는 울음에 결국 그를 집으로 데려왔던 오이카와였다.

한참을 그렇게 토닥여주자 그제야 진정이 되었는지 훌쩍이며 그가 오이카와의 품에서 떨어져 나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는 오이카와에게 미안했다고 연거푸 사과하던 그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나 게이야. 그리고 방금 그 남자가 내 남친.

아니나 다를까, 방금 그 장면이, 사귄 지 1년 반이 된 연인의 바람 장면이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두 번이 아니라 했다. 그러나 바람현장을 정면으로 목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왜 안 헤어져? 라고 묻는 오이카와의 말에 그는 그냥 허탈하게 웃었다. 글쎄. 왜일까. 나도 모르겠네.

처연한 그의 얼굴이 안타까워 그날 오이카와는 집에 있던 술을 다 털었다.

스가 쨩. 마셔. 일단 마시자.
오이카와. 너 술 약하지 않았어?
네가 너무 센 거야.

그날 이후로, 그 일은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는 가끔 오이카와에게 남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였던 일들을 하나둘씩 말하게 되었다.

“진짜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도대체 왜 스가 쨩이 그런 놈이랑 계속 사귀는지 모르겠다고. 이번이 벌써 몇 번째야?”

나였다면, 나라면. 널 그런 표정 짓게 하진 않았을 텐데. 뒷말은 물론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러게. 왜일까.”

사실 이젠 좋아하는 건지 미련인 건지 잘 모르겠어. 씁쓸하게 캔커피를 마시며 그가 작게 웃었다. 남은 액체를 단번에 털어 넣고 빈 캔을 자판기 옆의 휴지통에 던졌지만,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던 캔은 휴지통 모서리를 맞고 튕겨져 나왔다.

“아~진짜 되는 일 없네~”

자리에서 일어나 빗나간 캔을 집어 든 그를 보던 오이카와가 자신도 들고 있던 캔을 던졌다. 시원하게 날아간 캔이 깔끔하게 휴지통에 들어가자 그가 손뼉을 쳤다.

“오오~역시 현역 배구선수.”
“훗. 반할 것 같아?”
“그래그래. 반해버리겠다.”

일부러 과장되게 농담을 던지자 그가 활짝 웃으며 들고 있던 자신의 캔을 휴지통에 넣었다. 씁쓸함이 사라지고 평소의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온 그에게 오이카와가 제안했다.

“내일 휴일인데, 간만에 달릴래?”
“콜. 근데 너 또 저번처럼 꽐라되면 나 너 버리고 갈 거다.”
“스가 쨩이 너무 잘 먹는 거라니까. 아예 술 사 들고 너네 집에서 먹을까?”

그럼 적어도 길가에서 널브러지진 않겠지. 예전에 길바닥에서 잠들었다 깬 기억을 떠올리며 오이카와가 부르르 떨자 그가 폭소하며 팔을 뻗어 오이카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하지만 키 차이 때문에 팔은 어설프게 어깨에 걸쳐졌고 그런 그를 위해 오이카와가 살짝 무릎을 굽혀주자, 그 행동이 더 열 받는다며 오이카와의 등등 팡팡 친 그가 먼저 휴게실을 나섰다. 그날 오이카와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4. 귀가.

한바탕 벌인 광란의 술 파티 뒤에 기절했던 오이카와가 집에 돌아온 것은 낮보다는 저녁이라고 불러야 알맞을 시각이었다.

“스가 쨩, 진짜 미친 거 아냐?”

숙취해소제를 마시고 해장까지 했건만, 여전히 속은 쓰리고 머리는 땡땡 울렸다. 자신을 역까지 배웅해주며 너 가면 집에서 해장술 할거라고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에 그래도 제가 조금은 도움이 된 느낌에 오이카와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천천히 어스름이 깔려오고 있는 밖을 보자, 여전히 벚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어제오늘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어제보다 꽃잎들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 흩어지는 꽃잎들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베란다 문을 닫고 가볍게 샤워를 한 오이카와가 잘 준비를 서둘렀다. 머리가 아파서 이 이상 버티는 건 무리였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 어제는 못 봤네.

「그」와 함께 즐거웠어? 라고 놀리듯 말해오는 그의 목소리를 못들은 체 하며 나무에 등을 기대고 털썩 주저앉았다. 발밑으로 떨어진 꽃잎이 가득했다.

- 왜 도망가?
- 뭘.
- 모른 척하긴.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왠지 얄미워 발끝으로 애꿎은 꽃잎만 툭툭 건드리자 상대는 웃으며 오이카와에게 다가갔다.

- 자의식 넘쳐나는 토오루 군 아니었어?
- ...너까지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좀 봐줘. 라고 양손으로 제 얼굴을 거칠게 비비다가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오이카와의 옆으로 그가 앉았다.

- 이대로는 너도 「그」도 행복해지지 못하는걸.
- 넌 내가 그 녀석을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어?
- 그건 너 하기 나름이지.
- 그럴 땐 그래. 넌 할 수 있어! 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줘야 하는 거 아냐? 귀신 주제에 치사하네.
- 이왕이면 귀신보다 벚꽃의 요정, 정령 이런 걸로 해줄래? 어차피 다 똑같은 거지만 귀신은 왠지 어감이 썩 좋진 않다.
- 푸핫. 귀신 주제에 별걸 다 따지네.

기가 막혀서 한껏 웃자, 바람을 따라 흔들리던 꽃이 사락사락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함께 웃는 것처럼 커졌다.

- 모르겠어. 그냥 무서워.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안에 자리 잡아 그 덩치를 키운 이 마음이 거절당할까 봐.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에게도 상처를 남겨, 좋은 친구의 포지션까지 잃어버릴까 봐.

중얼거리며 눈을 감자 어제 마시던 내내 바람 핀 상대의 욕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오이카와의 모습을 보던 그가 오이카와의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형체가 없어 그대로 머리를 통과하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다홍의 눈동자가 작게 일렁이다 그대로 눈꺼풀에 덮여 사라졌다.

천천히 몰려오는 구름이 달을 가렸다.


5. 충돌.

오래간만에 꿈을 꾸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10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을 끄며 오이카와가 창밖을 보자, 하늘이 어둑어둑했다. 어제 바람이 심상치 않더라니. 꾸물꾸물한 날씨에 오이카와가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벚나무에 시선을 돌리자, 강해진 바람 때문에 가지들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와 함께 매달려 있는 꽃잎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괜찮을까.”

그냥 꿈속의 존재일 뿐이라고 말해왔지만, 어느새 환상의 존재를 진심으로 걱정한 제 혼잣말에 흠칫 놀란 오이카와가 애써 베란다 밖에서 시선을 떼고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오이카와. 웬일로 일찍 왔네?”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남지만, 집에 있어도 심란하기만 할 것 같아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30~40분 정도 일찍 나왔을 뿐인데 출근 지옥철이 아닌 꽤 쾌적하게, 무려 자리에까지 앉아서 왔기에 놀라고 있던 참이었다.

“꼭 내가 맨날 늦는 것 같은 말투 그만둬줄래, 스가 쨩? 랄까, 스가 쨩이야말로 오늘 빠르네.”
“응. 좀 일찍 눈이 떠져서.”

그렇게 말해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 같이 들려와, 오이카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왜 얼굴을 안 보여주지? 언제나 얼굴을 보며 인사하던 그였는데, 아무리 파티션 너머라지만 오늘따라 회색 머리칼조차 보이지 않았다.

“스가 쨩.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아침부터 웬 헛소리야.”
“스가 쨩, 나 좀 봐봐.”
“아 진짜, 아직 업무시간 한참 전이고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쫌만 자게 냅두면 안돼?”

이 정도까지 오면 확실히 이상하지. 이상한 느낌에 오이카와가 벌떡 일어나 반대쪽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이카와가 옆에 왔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데스크 위에 엎드려 양팔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의 어깨를 잡아당기자, 커다란 마스크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뭐야, 스가 쨩. 어디 아파?”
“으, 응.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그는 오이카와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

“스가 쨩. 마스크 벗어봐.”
“아, 왜. 진짜.”
“스가와라. 벗어.”

오이카와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이미 마스크는 오이카와의 손으로 넘어간 뒤였다.

“...이거 뭐야.”
“그냥 좀, 부딪혔어.”
“어디에 어떻게 부딪히면 입술 다 찢어지고 얼굴 붓고 그러냐.”
“... ...”

얼굴이 얼룩덜룩했다. 하얀 피부라 붉은 자국들이 더더욱 선명했다. 창백해진 그의 손을 잡아챈 오이카와가 사내 의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었지만 다행히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여기 앉아봐.”

얌전히 오이카와의 말을 따라 그가 자리에 앉자, 오이카와가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너 이렇게 한 거, 그 새끼야?”
“...내가 알아서 할게.”
“야, 알아서 한 게 고작 이거야?”
“... ...”
“스가와라 코우시. 너 똑똑하잖아. 영악하잖아. 그 잘난 머리 어따 팔아먹고 이래.”
“...하하. 그러게.”

나도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힘없게 웃은 그가 서 있던 오이카와의 가슴에 이마를 맞댔다. 그런 그의 어깨를 감싸 안고 토닥여주는 것만이, 지금 오이카와 토오루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6. 대화.

온종일 기분이 바닥을 쳤다. 오이카와의 기분을 바닥으로 내려친 장본인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조퇴를 했다. 평소에는 활기참의 대명사인 그가 붉어진 눈을 하고 힘없이 말하는 모습에 상사도 놀라서 얼른 가서 쉬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상사의 허가 아래 지하철역까지 그를 배웅한 뒤 자리에 돌아온 오이카와는 다 때려치우고 집에나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월급 받는 직장인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지루하고 느리게 흐르던 업무시간이 끝나갈 즈음, 드디어 퇴근이라는 희망을 짓밟은 것은 거래처에서 걸려온 클레임 전화였다. 팀에서 진행하던 일에 트러블이 생겼고, 급하게 그걸 해결하느라 오이카와가 귀가했을 때는 이미 날짜가 바뀐 뒤였다.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찌들어 대충 샤워만 하고, 침대에 다이빙을 하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을 뜬 오이카와의 앞에는 그가 있었다.

- 왔어?

봄비치고 제법 세차게 몰아치는 비를 맞으며 그는 오이카와를 맞이했다. 강한 빗방울에 밀려 힘없이 떨어지고 있는 꽃잎에 놀란 오이카와가 달려갔지만, 그 밑에 서 있는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연한 벚꽃색의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 있었다. 입고 있던 하얀 옷도 젖어 그의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젖은 벚꽃잎과 함께 비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느낌에 오이카와가 그를 안으려 했지만, 뻗은 손은 그대로 그의 어깨를 통과해갔다.

허무하게 떨어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오이카와를 보며, 그가 작게 웃었다.

- 귀신이 손에 잡히는 거 봤어?
- ...언제는 요정이라며.
- 결국엔 다 같은 거니까.

작게 웃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이 하얗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 이 꽃이 다 떨어지면 넌 사라지는 거야?
- 난 언제나 여기에 있어. 화려한 꽃이 없어질 뿐,
- 그럼 꽃이 져도 만날 수 있어?

어딘가 필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오이카와의 말에 그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떠올랐다.

- 토오루. 난 네가 원하는 코우시가 아니야.
- 알고 있어. 네가 스가와라 코우시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치만,

네가 사라지는 건 싫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동시에 세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 잠잠해졌다.

- 나에게 집착하면 안 돼. 네 앞에 나타나기로 한 내 결정을 후회하게 하지 말아줘.


7. 정리.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비는 그쳐있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따뜻한 봄 햇살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베란다에 나가 벚나무를 내려다보니, 공원 바닥에 젖은 꽃잎들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꽃잎이 떨어지지 않은 채 가지에 붙어있었다. 세찬 비에도 견뎌준 그들이 왠지 대견하고 고마웠다.

출근을 하자, 오이카와의 데스크 위에 우유빵이 놓여있었다.

“좋은 아침, 스가 쨩.”
“좋은 아침, 오이카와.”
“우유빵 땡큐.”
“내가 준 거 아니거든?”
“네네~”

파티션 너머를 흘깃 보자 잔뜩 붉어진 귀가 눈에 들어왔다. 키득거리며 빵 봉지를 뜯자 툭-쪽지가 날아왔다.

‘다 먹으면 휴게실.’

익숙한 필체에 허겁지겁 빵을 먹어치우고 음료수를 핑계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 오이카와의 뒤로 잠시 시차를 두고 쪽지의 발송인도 사무실을 나왔다.

“어제 클레임 들어와서 큰일이었다며?”
“누구 씨가 안 계셨던 덕분에 오이카와 씨가 큰일이었답니다. 이 정신적 손해, 스가와라 씨 어떻게 보상하실 건가요?”
“야, 우유빵으로 퉁쳐.”
“치사하긴.”

얼굴을 보니 오늘은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입가의 상처는 여전했지만 얼굴의 부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자판기 앞에서 음료를 고르는 옆모습이 묘하게 홀가분하게 보여, 오이카와는 조금 안심했다.

오이카와 몫의 커피까지 뽑은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캔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나 정리할 거야.”

그동안 그만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았던 그의 발언에, 오이카와의 눈이 동그래졌다. 홀가분함의 정체는 이거였다. 이미 마음의 정리를 했구나.

“잘 생각했어.”
“그동안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
“알면 앞으로 나한테 잘해.”
“아, 그건 너 하는 거 봐서.”

아직 헤어지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은 스가와라 코우시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일이 평화롭게 흘러가지 않을 때는 이 형 불러. 라고 오이카와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는 생일도 나보다 늦은 주제에 형은 개뿔. 이라며 웃었다. 오랜만에 듣는 맑은 웃음소리였다.

퇴근 뒤, 목욕을 하고 베란다에 나가 맥주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베란다에서 벚꽃을 즐기며 맥주캔을 비웠던 게 고작 며칠 전 일이었는데,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마시는 느낌이었다. 살랑이는 벚나무를 보며, 엉켜있던 머릿속이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8. 이별.

눈을 뜨자 처음 만난 날처럼 그는 나무 위에서 오이카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이제 얼마 안 남았지?

달라진 것은 꽃잎이 떨어져 앙상해진 나뭇가지뿐이었다.

- 응.
- 안 갔으면 좋겠다.
- 꽃이 져도 난 언제나 여기에 있어. 난 뿌리이고 몸통이고 가지이고 꽃이니까. 사라지는 게 아니야.
- 그래도 아쉬워.

떼를 써도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말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그가 가지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오이카와의 앞에 섰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이 오이카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록 닿지는 않았지만, 그 상냥함이 느껴서 오이카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더는 도망치지 않으려고 해.
- 응.
- 내년에 네가 꽃을 피울 땐, 혼자가 아닌, 둘이 올게.
- 응.
- 내년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셋이서.

꽃놀이를 하자. 그러니까 약속.

가볍게 윙크를 하며 오이카와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눈앞의 손가락을 보며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가락을 오이카와의 손가락에 걸었다.

- 응, 약속. 기다리고 있을게.

만져지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겹쳐진 새끼손가락을 보며, 그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만개한 꽃처럼 보여 오이카와는 허리를 굽혀 그의 눈물점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 응. 또 보자, 코우시.

“바보카와, 아침이다. 멍청카와, 일어나. 쿠소카와,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뜨자 따스한 햇볕이 방으로 스며들어와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한 뒤, 식빵을 토스터에 넣은 뒤 커피를 내렸다. 커피 향으로 아직은 멍한 뇌를 깨우며 천천히 베란다로 향해 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베란다 아래로 보이는 벚나무의 앙상한 가지에서 나머지 벚꽃잎이 팔랑팔랑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이카와의 입술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약속했으니까, 더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이카와가 휴대폰을 들어 가벼운 손놀림으로 빠르게 메시지를 쳤다.

‘스가 쨩~굿모닝ヽ(´▽`)/ 이따 회사 끝나면 저녁 같이 안 먹을래?(●´ω`●)’

전송을 누르고 준비된 토스트를 먹고 있자 휴대폰이 진동했다. 상관없긴 한데, 회사에서 만나서 말할 것이지 바빠죽겠는데 왜 아침부터 메시지냐고 잔뜩 성난 답장이 돌아왔다. 그 메시지를 보고 킥킥 웃다가 시계를 확인한 오이카와가 자신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이 뒤로,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와 맨션 앞 벚나무 밑에서 꽃놀이를 즐기게 되는 건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

April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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