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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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소품] 익숙해질 연습 (카게스가)

하이큐
소품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7-04-21 16:39
조회
604
카게스가 전력 35회차
[연습]


카게야마는 요즘 조금 허전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인데, 문제는 그게 뭔질 모르겠다는 것.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어서 불안하고 초조했다.

"...크헉!"

그래서인지 뒤통수로 날아온 배구공이 오늘따라 더 아프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카,카,카,카게야마!! 괜찮아??"
"히나타, 보케! 어따 던지는 거냐!!!"
"그, 그러니까 누가 연습 중에 멍 때리고 있으래??"
"싸우자는 거냐, 보케!!"
"둘 다 그만해. 그리고 이번 건 정신 놓고 있던 카게야마가 나빠."
"죄송함다."
"...함다."

싸움을 지켜보던 엔노시타의 점잖은 경고에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였다.

어제보다 더욱 집중을 못 하는 후배를 보며 엔노시타가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의지하던 3학년이 은퇴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싸움이 많이 준 1학년들이었지만, 엔노시타는 아직 저들을 주장으로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특히 요즘처럼 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타공인 배구바보 카게야마는 더더욱.

"히나타는 연습 다시 하고, 카게야마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까?"
"...넵."

연습을 하는 무리 쪽에서 새 주장한테 카게야마 혼난다~라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애써 무시하며 엔노시타가 카게야마를 체육관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카게야마. 오늘뿐만이 아니라 요즘, 계속 집중을 못 하던데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럼 왜 그래? 아까처럼 정신 놓고 있다가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거 카게야마도 잘 알잖아."
"...죄송함다."

사과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 후배를 보며 엔노시타의 얼굴이 곤란함으로 물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한데, 내가 못 미더워서 이야기를 안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선배들이, 특히 스가 씨가 계셨다면 카게야마도 조금 더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을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복잡한 감정을 애써 구석으로 밀어내며 엔노시타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게야마의 등을 가볍게 쳐서 일으켜 세웠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방금처럼 또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운동장이라도 돌면서 머리 식히고 와."

"...넵."

벗어놓은 져지를 들고 체육관을 뛰어나가는 엔노시타의 표정이 무거웠다. 오늘따라 더더욱 3년생들이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소품] 익숙해질 연습.
Written by 휘엔


"수험 준비 때문에 바쁘실 텐데 이런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스가 씨."
"아니야. 나보단 엔노시타가 고생이 많지. 나중에 내가 한번 이야기해 볼게."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후배이자 새로운 주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게 안타까웠지만, 엔노시타라면 잘 할 거라고 믿기에, 스가와라는 걱정의 방향을 방금 대화의 주인공인 1학년 후배에게로 돌렸다.

“역시 원인은 나...겠지...”

최근 멀리서 카게야마를 지켜봤을 때나 바로 어제 전화를 했을 때도 딱히 학교생활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공부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학업이 배구를 향한 카게야마의 집중력을 꺾을 만큼 그에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은 중요하게 여겨주면 좋겠다고 스가와라는 생각했지만.

"...너무 티가 났나..."

워낙 둔한 카게야마다보니 이 정도로는 안 들킬 줄 알았는데 천재의 동물적 감각은 역시 무시 못 할 일이었다.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이상함만 느끼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어. 자리로 돌아가 앉은 스가와라의 얼굴에 초조함이 스쳐 지나갔다.

은퇴 뒤, 스가와라가 일부러 카게야마를 피한 지 2주가 넘었다. 피한다고 해도 최대한 학교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거였지만. 애초부터 학년도 다르고, 3학년의 부활동 은퇴 뒤, 등하교 시간이 달라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명목은 다가오는 센터시험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어떡할까..."

스가와라게 작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안 보는 대신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빈도수나, 자기 전에 전화를 하는 시간을 조금 늘려, 자신이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채게 하려고 했는데, 역시 직접 만나는 것과 휴대폰을 통하는 것은 만족감이 달라서 그런가. 아니면 안 그래도 이제 부활동에서 만나는 일이 없는데, 갑자기 학교 내에서도 만나는 일이 없어지니, 이런 쪽으로는 둔한 카게야마가 느낄 정도로 많이 부자연스러웠을 수도 있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었는걸..."

자신이 수험에 성공해서 도쿄에 가던, 실패해서 미야기에 남던, 자신이 유급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처럼 매일 얼굴을 보거나 연락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가와라는 스가와라 대로, 카게야마는 카게야마 대로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나갈 테니까. 그만큼 스가와라와 카게야마의 관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순서였다.

그러니까, 미리 연습을 하고 싶었다. 얼굴을 자주 못 봐도 쓸쓸하지 않도록. 목소리와 문자만으로도 버틸 수 있도록. 그리고 혹시라도, 그 뒤에 헤어지게 되더라도, 조금 덜 힘들도록.

"...어렵다, 진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덜 상처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미안한 일이었지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잔뜩 지쳐있었다. 책상 위로 길게 엎드려 양팔에 고개를 파묻은 스가라와의 모습을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던 사와무라가, 우울해 보이는 친우의 뒤통수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요즘 고민이 있어 보이던데, 스가와라가 직접 털어놓기 전까진 모른 척해주고 싶었다.

"스가. 이따 끝나고 집에 갈 때 간만에 마파두부 먹으러 갈까?"
"다이치가 웬일이래, 마파두부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고."
"스트레스받으니까 매운 거 먹고 싶어졌어. 아, 그치만 스가처럼 맵게는 안 먹을 거야."
"히히. 역시? 그럼 이것까지만 하고 갈까? 아, 그럼 아사히도 부를까?"
"아사히는 오늘 집에 일 있다고 했어."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위로해주려고 하는 사와무라의 마음이 고마워 한껏 웃어준 뒤, 다시 책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시계를 보니 부활은 끝났을 시간이었다. 다른 체육관 보수로 인해, 이번 주 방과 후 체육관은 주말에 경기가 있는 농구부가 대신 쓰고 있다고 했다. 자율연습을 하지 못하는 카게야마는 이미 하교했을 테니 오늘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무리겠지.

하루의 유예시간을 얻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 미루는 것은 자신은 둘째치고, 카게야마에겐 좋지 않겠지. 배구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카게야마가 배구에 집중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엔노시타에게 들었을 땐 사실 놀랐고, 동시에 조금 기뻤다. 그래도 자신의 존재가 카게야마를 조금은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우와...나 진짜 나쁜 놈이잖아.”
“응? 스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슬슬 갈까?”
“그래.”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탄식을 애써 얼버무린 채, 스가와라가 주섬주섬 늘어놓은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서실을 나오며 창밖을 보자 밖은 이미 어두워진 채였다. 그다지 늦은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겨울이라 해가 빨리 떨어졌다. 학교 건물을 나서자 매서운 바람이 가쿠란 안으로 들어와 스가와라가 작게 몸을 떨며 옷깃을 여며 맸다.

“으으~ 다이치. 춥다. 얼른 가자.”
“아예 뛰어갈까?”
“가방 무거워서 싫어.”
“네네. 얼른 가자.”

어린애를 달래듯 웃으며 앞장서서 걷던 사와무라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 반동으로 뒤따라 걷던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등에 얼굴을 박았다.

“다이치, 뭐야 갑자ㄱ...”
“카게야마!”

꽤 아프게 부딪힌 탓에 항의의 목소리를 내려던 스가와라의 움직임이 사와무라의 반갑다는 목소리에 멈추었다.

“웃쓰.”

사와무라의 목소리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인사 뒤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은 사와무라 뒤에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스가와라였다.

“카게야마. 이 시간까지 무슨 일이야? 이미 부활 끝나지 않았어?”
“넵. 그런데 잠시 스가와라 씨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래서 지금까지 여기서 기다렸다고?”
“넵.”

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기가 막힌다는 듯 되묻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에도 변함없이 대답하는 카게야마의 모습을 보던 사와무라가 카게야마의 시선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시선을 피하는 스가와라가 있었다. 아아, 스가의 고민이 이거였구나. 카게야마도 부활에 집중 못 한다고 하더니만.

“아, 맞다. 스가. 나 오늘 어머니가 일찍 들어오라고 하셨던 거 잊고 있었다. 미안. 마파두부는 내일 먹으러 가자.”

카게야마와 스가와라의 고민이 둘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전(前) 배구부 주장의 판단과 움직임은 빨랐다.

“다, 다이ㅊ...”
“나 늦었으니까 먼저 갈게. 내일 보자!”

그리고 행동력 넘치는 친우의 뒷모습에 스가와라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단 말이야, 바보 다이치!

“스가와라 씨.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바쁘시다면 길게 붙잡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 도망가는 건, 선배로서 연인으로서 실격이겠지.

“...아니야. 괜찮아.”

걸으면서 이야기할까?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 스가와라의 뒤를 카게야마가 따라갔다.

조용한 길가에 둘의 발걸음만이 울려 퍼졌다. 묘하게 뒤처지는 박자에 스가와라가 뒤를 돌았다. 깜짝 놀라는 얼굴을 보자 안타깝고 미안했다.

“...스가와라 씨를 기다리면서 계속 생각해봤습니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카게야마였다.

“왜 요즘 이렇게 초조하고 짜증이 나는지. 왜 이렇게 허전한지.”

뒷말을 꺼내길 망설이던 카게야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곧 결심한 듯, 사납게 시선을 맞춰왔다.

“스가와라 씨. 요즘 저 피하고 계셨죠? 아무리 학년이 다르고 이제 부활에서 못 뵙는다고 해도 이렇게 못 만나는 건 이상해요.”
“...카게야마. 그건,”
“이젠 제가 싫어지셨어요? 처음부터 제가 고백했고 스가와라 씨는 저한테 맞춰주실 뿐이란 거, 잘 알고 있지만,”

격해지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가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스가와라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어갔다. 네가 싫어졌다니. 맞춰주고 있다니. 그게 무슨.

“카, 카게야마! 그런 거 아니야. 일단 진정, 진정하고,”
“이제 제 얼굴 보기 싫을 정도로 싫어지셨어요?!”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을 내뱉는 카게야마를 진정시키려 스가와라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은 바로 카게야마에게 붙잡혀 그대로 그의 품으로 끌려들어 갔다.

”전 싫어요. 헤어지기 싫어요!!”

몇 주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것의 정체를 알고 기다리면서 많이 서러웠는지, 귓가로 들려오는 카게야마의 외침에 물기가 묻어있었다.

“미안, 카게야마. 미안해.”

화를 낼 줄은 알았지만, 그 방향이나 정도가 이럴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 스가와라가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등을 조심스럽게 내리쓸자, 격해졌던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아, 놓아달라는 의미로 등을 톡톡 두드렸지만 스가와라를 감싸고 있는 팔의 힘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나 어디 안 가니까. 얼굴 보고 이야기 하고 싶어.”

그리고 그 말에 카게야마가 스가와라를 품에서 떼어냈다. 한 손은 여전히 잡힌 채였지만. 그의 행동에 살짝 미소 지은 스가와라가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오랜 시간 밖에서 있어서 그런지, 마주 얽힌 손이 차가웠다.

“음...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그런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일단 일부러 피한 건 맞아.”
“...읏,”
“하지만 네가 말하는 이유는 아니야.”

네가 싫어졌다니. 그랬다면 일찌감치 헤어졌겠지. 웃으며 덧붙이는 스가와라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익숙해지고 싶었어.”
“뭘 말입니까.”
“헤어져 있을 연습.”
“바, 방금은 제가 싫어지지 않았다고...!”
“응. 그러니까 헤어져 있을 연습. 다르게 말하면 떨어져 지낼 연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귀여워 스가와라가 작게 웃자, 카게야마의 입술이 다시 삐죽 튀어나왔다.

“내가 졸업해서 도쿄에 가던 미야기에 남던, 지금처럼 매일 만나지는 못할 테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카게야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그런 이유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연습한 거야. 네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게.”
“...그게 다입니까.”
“응. 미안해.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신경 쓰게 만들어버렸네.”

마치 준비된 것 같은 대답. 생긋. 웃으며 말하는 스가와라의 미소가 너무나도 완벽해서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졌다.

“정말로 그게 다인가요, 스가와라 씨.”
“응. 정말이래도.”

이럴 때의 스가와라가 자신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사귀기 시작한 뒤 약 반년 동안 카게야마가 학습한 사실이었다.

“왜 거짓말하세요, 스가와라 씨.”

그리고 그런 스가와라에게 직접적으로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 가면이 깨지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맞잡은 손이 움찔하더니 스가와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자, 커다란 눈동자가 일렁였다.

“놔줘, 카게야마.”
“말해주실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에요.”
“카게야마. 제발.”
“이유를 말해주세요.”

배구 이외의 일로 이렇게까지 나오는 카게야마는 드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스가와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난 이럴 때도 너에게 이길 수 없구나.

“...익숙해지고 싶었어. 언젠가 너와 나 사이의 거리 때문에 내가 혼자가 될 때를 대비해서.”

앞으로 넌 더더욱 유명해질 거고, 인기도 많아질 테니까. 난 이제 배구를 하지 않으니 너와 나의 세계에서 접점이 사라지게 될 거니까.

끝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만큼 카게야마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지금 저 말은, 자신이 스가와라를 떠날 때를 대비해서 연습한 거라는 의미?

"...그거, 치사해요, 스가와라 씨."

숙이고 있던 고개가, 불퉁한 목소리에 단박에 들렸다. 마주한 얼굴은 입을 삐죽거리며 사나운 눈을 하고 스가와라를 보고 있었다.

"스가와라 씨야말로! 도쿄에 가시면, 대학에 가시면 더 많이 사람 만날 텐데. 도쿄는 미야기보다 더 재밌는 것도 많고 이쁜 여자도 많이 있을 텐데. 그럼 저 같은 건...!"

자신을 그저 후배로만 보고 있던 그에게 먼저 고백한 것도 저였고, 처음에는 거절하던 그를 따라다니며 기회를 달라고 졸라, 겨우 함께하게 된 사람이었기에. 자신을 피하던 이유가 더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만 생각했었지, 설마 저럴 줄은 몰랐다.

“스가와라 씨야말로,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스가와라 씨가 그렇게 말하는 거에요? 내가 당신을 떠날 거라고?”

분하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외치는 카게야마의 말이 스가와라의 뒤통수를 강하게 치고 갔다. 분명 처음 이 관계를 시작한 것은 카게야마였다. 하지만 그 뒤의 관계는 일방적인 게 아니었다. 카게야마에 대한 열등감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그의 강렬함에, 그 순수함에 끌려가 어느 순간 사로잡힌 것은 스가와라였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던 모양이었다. 전도유망한 배구천재에게 자신은 어울리지 않으니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라고.

“적어도 저는, 떨어져도 헤어질 생각 같은 거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전화하면 되잖아요. 얼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하면 되잖아요!!”

자신도 모르게 스가와라는 카게야마를 얕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배구 이외의 것은 아직 서툴러서 절대로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배구 더 열심히 해서 도쿄학교들이랑 많이 연습경기 잡아서 주말마다 도쿄 갈게요. 아니면 돈 모아서 만나러 갈게요.”

자신이 먼저 헤어질 생각은 없었지만,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스가와라는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였다. 내가 아픈 게 싫다고 너를 아프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론 상처를 주고 말았다. 필사적인 카게야마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안해, 카게야마.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 마.

어느새 울고 있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자, 우는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지 카게야마가 스가와라를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헤어진다고 하지 마세요.”
“응. 미안해.”
“진짜죠?”
“응. 진짜.”
“이번엔 거짓말 아니죠?”
“응. 거짓말 아니야.”

몇 번이고 되묻고 답을 듣자, 긴장이 풀렸는지 카게야마가 아예 스가와라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의외로 여린 구석이 있는, 아직 귀여운 후배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으니 진정된 카게야마가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눈과 코가 빨개진 모습이 귀여워 스가와라가 작게 웃자, 카게야마가 민망한지 시선을 피했다.

“우리, 앞으로 조금 더 많이 대화해야겠다. 그치?”

생긋 웃으며 말한 스가와라가 카게야마의 얼굴을 붙잡고 가볍게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그런 스가와라의 행동에 그제야 카게야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빠르게 뽀뽀를 남기고 떨어지는 스가와라를 다시 잡고 이번엔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였다. 마주 닿은 입술의 온기가 기분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연인과의 입맞춤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일분일초라도 연인을 더 길게 느끼고 싶은 카게야마가 계속 달라붙자, 스가와라가 그런 그의 등을 두들겨 항의했다.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몸을 카게야마가 껴안자, 스가와라가 저항 없이 안겨왔다.

“학교에서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매일매일 함께 있고 싶어요. 하지만 수험공부에 집중하셔야 하니 참겠습니다. 대신,”

수험이 끝나면 저와 함께 해주세요.

중대한 고백이라도 하는 것 같이, 두 손을 꼭 붙잡고 진지하게 말해오는 연인의 모습에 스가와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응. 예약해둘게.”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April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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