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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소품] a slight misunderstanding (아카스가)

하이큐
소품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7-07-09 14:53
조회
657
아카스가 전력 8회차
[열애설]


[소품] a slight misunderstanding
written by 휘엔


아카아시 케이지.
18세.
현 후쿠로다니 고교 3년생.
배구부.

그는 현재 누군가의 아파트 앞 벤치 앞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올해 여름 중 가장 덥다는 날이었지만, 그는 내리쬐는 직사광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굴 표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느리게 내쉬는 호흡이 아니었다면 망부석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형형한 눈빛과는 다르게 온몸에서 내뿜고 있는 냉기 때문에 마치 한여름의 쨍한 햇빛도 그의 냉랭한 기운을 피해 가는 느낌이었다.

그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부활동이 끝나고 다른 부원들의 잡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야, 카라스노의 2번 기억해? 작년에.”
“어…누구였더라?”
“아, 그 있잖아. 얼굴 하얗고 1학년한테 주전 뺏긴 3학년 세터!”
“아~ 그 예쁘장하게 생겼던!”
“맞아 맞아, 그 사람.”

작년 합숙에서 1학년이었던 현 2학년들의 부활 뒤 잡담은 익숙한 일이기에, 평소에는 그냥 넘기곤 했는데, 오늘 잡담의 주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대상이었기에, 아카아시의 눈이 가늘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정리하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사람이 왜?”
“너 네코마의 쿠로오 씨 알지?”
“엉.”
“아무래도 쿠로오 씨랑 카라스노 2번이랑 사귀는 듯.”
“뭐어어어?”
“쉿, 조용히 해.”

멋대로 나와버린 큰 목소리에 주변 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눈치를 보던 둘이 다시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아카아시의 사나워진 눈빛은 깨닫지 못한 채.

“나 신주쿠에서 학원 다니는 거 알지? 어제 학원 끝나고 역으로 가는데 저 앞에서 되게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너 알잖아. 쿠로오 씨의 그 머리.”
“아…100m 밖에서도 절대로 놓치지 못할 그 머리…”
“취했는지 옆에서 누가 부축해서 가더라고.”
“그게 그 카라스노 2번?”
“응. 스가와라 씨. 체격 차도 있고 해서 부축하는 게 힘들어 보이길래 도와줄까 하고 따라갔거든.”
“그런데?”
“근데 내가 말 걸기 전에 갑자기 2쵸메(신주쿠 2번가. 게이 거리로 유명하다) 쪽으로 가는 거야.”
“헉. 그 2쵸메?”
“응. 그러더니 갑자기 늘어져 있던 쿠로오 씨가 팍! 일어나더니 스가와라 씨를 골목으로 끌고 가는 거지.”
“헐…”

듣고 있던 2학년의 표정 이상으로 아카아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서 나도 따라갔는데 골목이 좁아서 어두워서 안이 안 보이는 거야. 소리만 들리는데…”
“들리는데…?”
“막 ‘여기선 안돼. 좀 참아. 잠깐만’ 이런 소리 들리고 그 뒤엔 조용하고.”
“헐…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거기서 뭘 하겠어. 그냥 그대로 집에 갔지.”

낄낄거리며 정리를 마치고 부실로 사라지는 둘의 모습에 아카아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리하고 있던 배구공을 쥐고 있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핏줄까지 도드라져있었다. 들고 있던 공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애써 갈무리하며, 얌전히 놓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저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어떻게 고쳐줘야 하지.

어차피 큰 가십거리도 아니니 이야기를 하던 당사자들도 금방 잊어버릴 이야기였고, 배구부와 상관없는 가십을 선배가 터치하기도 애매한 이야기였기에 평소 같으면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겠지만, 그 이야기의 근원지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제라면 세미나 마지막 날이었을 텐데.

스가와라의 세미나가 바빠서 전화 타이밍도 잘 맞지 않아, 연락은 라인 메시지로만 했던 게 벌써 2주였다. 같은 도내에 있으면서도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던 날들이 불만족스러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던 와중에, 드디어 바쁜 게 끝났으니 곧 보자는 스가와라의 메시지가 온 것이 어젯밤이었다. 그 메시지에 기뻐하며 답장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들리는 어이없는 열애설에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렇기에 정리를 마치고 그대로 학교를 나선 아카아시가 향한 곳은 당연히 연인의 아파트 앞이었다. 전화를 할까도 했지만, 기다리며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사귄지 2년 차. 성인과 미성년자의 입장 차는 있었지만, 그 점 이외의 큰 트러블은 지금까지 없었다. 싸웠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싸움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카아시도 스가와라를 좋아했고 스가와라도 아카아시를 좋아하는 건 명백했다. 스가와라의 성격이라면 만약 마음이 떠났다면 분명하게 말하고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고3인 아카아시에게 지금 시기가 중요한 것을 알기에 배려를 하려 숨기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건 아카아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과연 오해가 맞을까?

그런데도 한번 이상한 말이 머릿속에 박히자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가와라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아카아시에겐 쿠로오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아카아시와 스가와라가 사귀기 전이었던 작년의 도쿄합숙 때, 쿠로오가 스가와라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건 아카아시였다. 그게 보였던 이유는 아카아시도 쿠로오와 마찬가지로 같은 이유로 한 사람을 눈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미야기로 돌아간 스가와라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줬을 때 기뻤고, 올해 대학 진학으로 도쿄에 올라온 스가와라의 학교가 쿠로오와 같고, 무려 같은 세미나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자신보다 더 많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이야기가 통할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아무리 아카아시가 스가와라를 믿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의 본능인걸.

연인에게는 자신뿐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싶은데 흔들리는 자신이, 그리고 그 의심 때문에 연락도 안 한 채 멋대로 연인을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 경멸스러워, 아카아시가 떨어지는 땀방울을 거칠게 닦아냈다.

언제쯤 오려나.

옆 공원의 시계탑은 7시를 알리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있은 것도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오늘은 수업이 많지 않고 알바도 없어 늦게 돌아오는 날이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스가와라의 귀가가 늦었다. 역시 미리 연락을 하고 올 걸 그랬나.

날이 길어진 한여름답게 아직도 밖은 밝았고 햇빛은 강렬했다. 가뜩이나 부활동에 뒤에 바로 달려온 데다가 한여름에 계속 밖에 있었으니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건데 역시 이 꼴은 아닌가.

기다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흥분을 가라앉히자 그제야 현재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깨달은 아카아시가 다시 한번 시계탑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오늘은 이만 가고 다음에 다시…

“어, 아카아시!?”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기다리던 이의 목소리에 멈춰졌다.

“어쩐 일이야? 세상에. 이 땀 좀 봐. 얼굴도 붉잖아! 얼마나 이렇게 있었던 거야? 왜 연락 안 했어?! 연락했으면 더 일찍 오는 건데!”

아카아시를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온 스가와라의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물음이 그냥 듣기 좋아서 실없이 웃자, 어이없다는 듯 스가와라가 아카아시의 손목을 잡아채 아파트로 끌고 들어갔다.

온몸과 옷이 땀 범벅이라 소파에 앉기를 주저하는 아카아시를 억지로 소파에 앉히고 타올을 건네준 뒤, 부랴부랴 냉장고로 달려가 얼음을 꺼내 얼음물을 만드는 스가와라의 뒷모습을 보자, 몇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의심이 단박에 사라지는 걸 느낀 아카아시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 얼른 마셔!!”
“감사합니다.”

목이 마르진 않았는데, 연인이 내민 얼음물에 갑자기 목이 말라진 아카아시가 순순히 컵을 받아들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이 달았다. 꿀꺽꿀꺽 잘 마시는 아카아시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던 스가와라가 아카아시의 옆이 아닌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카아시, 무슨 일 있어?”
“…아뇨. 무슨 일은요.”
“그런데 그렇게 연락도 없이 집 앞에서 있었어?”

5-10분 기다린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얼마나 그러고 있던 거야? 라고 물어오는 스가와라의 눈빛이 날카로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린 아카아시의 모습에, 스가와라가 손을 뻗어 아카아시의 얼굴을 붙잡고 시선을 맞췄다.

“내가 무슨 일 했어?”
“……”
“내가 서운하게 한 일 있어?”

이럴 때마다 자신이 어리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 살밖에 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그는 자신의 어리광을 조용히 받아주는 어른일까.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자신을 배신할 행동을 할 리가 없다. 한순간이라도 그를 의심했던 몇 시간 전의 자신을 아카아시가 질책했다.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는 스가와라의 손길에 아카아시가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서운한 거 없어요. 그냥 조금, 스가와라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왔어요.”
“정말로?”
“네. 2주 동안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도 못 들었으니까.”
“미안해. 내가 너무 바빴지.”
“왜 스가와라 씨가 사과해요. 연락도 안 하고 온 제가 나쁜 거죠.”
“아냐. 나쁘지 않아!”

오랜만에 얼굴 볼 수 있어서 기뻐.

얼굴을 붉히며 활짝 웃는 스가와라의 모습이 너무 예뻐 그대로 그 얼굴을 당겨 이마에 입을 맞추자, 곧바로 스가와라가 아카아시의 목 뒤로 팔을 감아 입술을 붙여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연인과의 깊은 접촉에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정신없이 빠져들었고, 한참 만에 떨어진 서로의 얼굴이 열기로 붉게 달아올라 있는 모습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새 앉아있는 아카아시의 무릎에 올라탄 스가와라가 그대로 아카아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자 아카아시는 그런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제 바쁜 건 다 끝나신 거에요?”
“응. 어제 세미나 회식까지 끝냈으니까 한동안은 해방이야.”
“어제 세미나 회식하셨으면 술 많이 드셨을 텐데, 괜찮으세요?”
“지금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나 스가와라 코우시야! 겨우 그 정도 술에 쓰러질 스가와라 님이 아니라고!”

아, 역시…

매운 것과 더불어 술에 강한 거야 알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조금은 자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큰 아카아시였다. 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스가와라는 역시 귀여웠다.

“아, 그치만 어제 쿠로오 때문에 큰일이었어.”

그러나 곧바로 훅 치고 들어오는 스가와라의 말에, 순간 무너질 뻔한 표정을 아카아시가 애써 가다듬었다. 스가와라야 약 5분 전까지의 아카아시의 심리상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역시 스가와라 코우시는 마냥 귀엽기만 한 존재가 아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아카아시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왜요?”
“아니, 어제 쿠로가 완전 취한 거야. 완전 세 보이는데 생각보다 술에 약하더라고. 어쩌다 보니 제일 덜 취한 내가 애 뒤처리 하기로 했는데 너 걔 큰 거 알잖아. 안 그래도 크고 무거운 놈이 꽐라가 되니까 더 힘든거지. 거기다 나 신주쿠 지리 아직 잘 모르거든. 조금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얘가 확 날 끌고 골목으로 가는 거야.”
“…그래서요?”
“얘가 갑자기 속이 안 좋아 졌나 봐. 다른 통행자에게 피해 줄 수 없다는 마지막 이성의 끈은 남아있던 건지, 골목으로 가더니 털푸덕 주저앉는 거지. 괜찮냐고 등 두드려주니까 갑자기 확 올라왔나 봐. 어디 가지도 못하고 토할만한 봉투도 없고. 하다못해 쓰레기통도 없고…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옷 위로 쏟아지던 어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지 스가와라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스가와라의 말에 스가와라를 토닥이던 아카아시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는 아까 부원들이 하던 대화가 리플레이 되었다.

여기선 (토하면) 안돼. 좀 참아. (봉투 찾을 테니) 잠깐만. (무언의 비명)#$%@!~*%#&*%@#%!

지금 스가와라의 말에 부원이 몰랐던 진실의 퍼즐이 맞춰졌다. 그리고 빠진 피스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열애설에 흔들렸던 자신이 다시 한번 한심해진 아카아시가 소리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는 스가와라의 귓가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재난이었네요.”
“그러니까! 담에 이 빚은 톡톡히 받아낼 거야.”
“저에게는요?”
“응?”
“착하게 참고 기다린 저에겐 뭐 없나요?”
“아카아시 군. 지금 상 달라고 하는 거야?”
“네.”
“우와~ 우리 케이지. 많이 뻔뻔해졌네.”
“그래서 싫어요?”
“그럴 리가.”

그럼 일단 같이 샤워부터 할까? 장난스럽게 윙크하는 스가와라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마주 보며 아카아시 위에 올라타 있던 스가와라의 허벅지 밑으로 손을 넣어 안아 들자, 스가와라가 빠르게 팔을 아카아시의 목에 감아 매달렸다. 신난다는 듯 스가와라가 잘게 다리를 흔들었다.

“스가와라 씨. 그렇게 흔들지 마세요. 떨어져요.”
“헤헤.”
“자꾸 그러면 혼낼 거에요?”
“헤에- 어떻게 혼내주려고?”
“궁금하면 계속 그렇게 하시던지요.”

뜨거운 여름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July 9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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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력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쓰는 포카포카한 아카스가 글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건 포카포카 앜슥인데, 글만 쓰면 어두운 내용이 나와서 캐 해석을 다시 해야 하나 하고 있다가 간만에 가볍게 기분전환 하며 즐겁게 썼네요. 역시 전 포카포카 앜슥이 좋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읽어주신 분들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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