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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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EFEND][Junk] Rainy night (side H)

G・DEFEND
Junk
작성자
휘엔
작성일
2016-06-24 12:59
조회
588
[Junk] Rainy night (side H)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온도는 높고 공기는 습한 탓에, 에어컨을 벗어나 한 발자국만 밖으로 움직이면 곧바로 등에서 주르륵 흐르는 땀방울이 느껴지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이런 날씨에는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화이팅을 외쳐도 몸이 녹은 엿가락마냥 추욱 처지는 걸 막기가 힘들었고,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일하는 JDG 대원들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았지만, 매일같이 밖에서 고생하는 외경비대원들의 컨디션과 사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내에서 일하는 대원들은 냉방병과 감기로, 밖에서 일하는 대원들은 열사병과 탈수로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대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찾아온 비가 열기를 식혀주길 바랐지만 돌아오는 것은 온몸으로 느껴지는 끈적임과 그로 인해 상승하는 불쾌지수였다. 그리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은 대원들뿐만이 아닌 하시즈메도 포함되어 있었다. 외경비반은 다른 부서에 비해 컨디션불량자가 많은 만큼 그런 그들을 잡기 위해 밖으로 순회를 나갈 때마다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는 셔츠와 백의를 벗어던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하시즈메였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업무를 다하고 있는 외경비대원들과 그런 그들을 앞장서서 이끄는 니시와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편하게 일하고 짧은 시간 동안 밖에 나와서 순회하는 주제에 불평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대원들에게 죄책감이 들어 평소보다 순회횟수를 늘린 참이었다. 그 덕분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들의 상태가 심해지기 전에 빠른 조치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일이 많아져 피로가 쌓였던 하시즈메가 저녁 식사 뒤 평소보다 오래 욕조의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나왔을 때 동실의 니시와키는 야근을 위해 나갈 채비를 하던 중이었다.

평소라면 목욕을 마치고 나온 하시즈메의 머리를 말리는 것은 니시와키의 일이었지만, 오늘은 야근으로 인해 자신의 작은 즐거움을 수행하지 못하는 니시와키가 아쉽다는 듯 하시즈메의 젖은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린다. 그런 니시와키의 아쉬움 가득한 손길을 느끼던 하시즈메의 시선이 니시와키의 팔에 걸쳐있는 우비를 향한다. 온종일 금방이라도 물방울을 쏟아낼 듯 말 듯 꾸물꾸물했던 하늘이 심상치가 않은 것을 보니 오늘 밤은 비가 내릴 듯싶었다.

"다녀올게."

비 오는 날의 야간근무는 평소보다 더 걱정이 되는 일이다. 날도 어두운데 비로 인해 시야도 좁아지고 길도 질척해지거나 미끄러워져, 맑은 날의 야간근무보다 더더욱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하기에 대원들에게 가는 부담과 피로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런 대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외경비반장 니시와키의 피로도 가중된다. 요즘 컨디션불량의 외경비대원들이 증가함에 따라 니시와키가 커버해야하는 일도 늘어났기 때문에 니시와키의 근무량이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의 야근도 초과근무의 일환이었고.

"네. 몸조심하시고,"

일로 혹사당하는 니시와키의 몸 상태가 걱정되지만, 그에게 몸조심하라는 말 이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분하고 니시와키에게 한없이 미안한 하시즈메였다.

"다녀오세요."

하지만 이런 하시즈메의 감정을 알게 된다면 하시즈메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하는 니시와키의 평소 행동으로 봤을 때 더더욱 자신의 감정이나 힘들다는 것을 숨길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하시즈메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은 그가 마음 편하게, 적어도 자신의 걱정을 하지 않고 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소 지으며 그를 배웅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시즈메의 노력을 알고 있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하시즈메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붙이고 떨어진 니시와키의 눈빛이 상냥했다.

니시와키를 보낸 뒤, 애써 안타까움과 걱정을 가슴 한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머리를 말린 하시즈메의 시선이 창으로 향했다. 톡톡, 하고 유리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헤어드라이어의 소음이 사라진 적막한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 물방울의 불규칙한 리듬이 토도독, 하고 점점 빨라질수록 그만큼 하시즈메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우비를 입었어도 비가 이렇게 내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온몸이 젖는다고 해도, 니시와키가 실내에 들어가는 일은 모든 대원을 안으로 들여보낸 뒤가 되겠지.

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할 텐데.

내일을 위해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만 안정이 되지 않아 괜히 방안을 서성이게 되는 자신이 우스웠다. 왜 그런지는 하시즈메 자신이 더 잘 알기에 더더욱.

이마에 짧게 머물렀던 온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가 방을 떠나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그가 그리워진 자신의 나약함이 싫다. 자기혐오로 우울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방안의 불을 끈 하시즈메가 느릿느릿 침대로 들어갔다. 느껴지는 옆자리의 쓸쓸함을 애써 무시하며 어둠에 익숙해지려는 시야를 닫는다.

보고 싶다.

유리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소리도 나지 않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흩어져 녹아들어 간다.

이 비 오는 밤이 가슴 속의 이 열기를 달래주길 바라며.

 

 

June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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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 Rainy night (side N)의 시노 씨 시점입니다.

원래 이 시리즈(...)도 존잘님의 니시양 일러스트를 보며 떠오른 ‘비 맞으며 일하는 니시양을 걱정하는 시노 씨’를 쓰고 싶어 시작했던 글인데, 쓰다 보니까 어째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글이 점점 길어지고(당황 1) 생각도 없던 니시양을 먼저 쓰게 되고(당황 2) 시노 씨 시점도 시노 씨가 소녀소녀한 분위기가 된 것 같아서(당황 3) 쓰고 나서 참 내가 쓴다고 글이 내 맘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네요.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한 장면을 두 사람의 시점으로 쓰는 일은 거의 없어서, side N과 최대한 분위기를 비슷하게 쓰려고 단어 선택이나 이것저것을 고민하면서 쓰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편안하게 읽어주셨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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